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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04 대항해시대 1500년대 밀가격폭등

[송희영칼럼] 거대한 광풍에 촐싹대는 경제팀
美 금융위기·자원값 폭등에 중국 자산 버블붕괴 겹쳐
눈앞 성적에 집착하지 말고 한국경제 큰 그림 그려야
송희영 논설실장

입력 : 2008.05.02 19:47 / 수정 : 2008.05.02 22:38

몇 년 사이 한국은 마주칠 만한 광풍(狂風)을 한꺼번에 맞는 듯하다. 금융 위기, 오일·곡물 값 쇼크, 중국의 자산 버블 붕괴 등 세 가지 충격이 겹쳤다.

북한체제 붕괴라는 악재만 아직 밀어닥치지 않았을 뿐, 걱정되던 망나니들이 한 무대에 동시 출연해 위태로운 칼춤을 추는 형국이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충격을 겪는 현실이 좀 위로가 되긴 하지만, 선진국 반열에 한번 서 보겠다는 한국인들의 야망에는 벅찬 훼방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쓴맛 보고 있는 금융 쇼크는 여러 차례 반복됐다. 85년 플라자 합의를 전후로 전개된 환율 파동부터 87년 블랙 먼데이(주가 폭락), 97년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중남미 외채 상환 중단 선언,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37년 전 미국이 달러화 폭락을 용인, 세계를 놀라게 만든 '닉슨 쇼크' 이래 금융 위기는 쉴 새 없었다. 미국은 그때마다 달러를 찍어 '헬리콥터로 살포'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겨 왔기 때문에 어디 가나 달러가 넘치는 지경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 활동 결과를 합친 액수(소위 명목 GDP)보다 3.2배가 되는 금융자산이 지구 위를 휘젓고 다닌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최근 10여 년 금융자산이 폭발한 속도는 100년 사이 인류가 처음 경험했다고 한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글로벌 금융 제국(帝國)을 지배해 온 월 스트리트의 핵심 부위에 암세포가 잔뜩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노출하고 말았다. 충격파가 슬슬 가라앉는다고 하지만, 한국은 그 태풍권에서 탈출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는 금융업을 필사적으로 키워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자원·곡물 등 1차 산품(産品) 가격의 폭등 추세는 70~80년대 겪었던 오일 쇼크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전문가는 500여 년 전 '대항해(航海) 시대'에 견줄 만한 충격이 인류 사회에 닥쳤다고 해석한다.

당시 유럽에는 남미에서 은(銀)이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밀 가격이 8배까지 폭등했다. 500년 전과 이 시대의 공통점은 화폐량이 넘치는 가운데 투기까지 가세, 원자재 값이 폭등하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1차 산업, 2차 산업, 3차 서비스 산업에서 연쇄적으로 가격표를 바꿔 달아야 하는 '가격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의 가격까지 바뀌고 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단순 노동자의 몸값은 뚝 떨어지고 있다. 인류는 수백 년 동안 노예 거래, 노비 제도를 통해 값싼 노동력을 경제 성장에 이용했었으나, 최근에는 인도·중국의 저임(低賃) 노동자가 수십 억 명이나 공급되는 바람에 많은 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이런 가격 혁명이 몰고 올 폭발성은 간단치 않다. 앞으로 생필품 값은 더 오르고 노동자 몸값과 공산품 값은 더 내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애처롭게도 한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3% 언저리, 식량 자급률은 26% 안팎에 머무는 처지다. 1차 원자재를 수입, 2차 공산품으로 가공한 후 수출해서 먹고살아 온 한국에는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모든 산업에서 가격 구조가 재편되는 마당에 대통령이 제조업으로 성장해 온 그룹의 총수들만 만나 아무리 머리를 짜낸들 돌파구 찾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상하이 주식 가격이 6개월 사이 반토막 나 버린 차이나 쇼크도 일회용 반창고처럼 쉽게 잊혀질 일이 아니다. 주식에 이어 부동산에서도 버블 붕괴의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고성장했다 해도 장춘(長春)의 빌딩이 청주(淸州)보다 비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노사 분규도 빈발하고 있다. 장차 언론 자유 욕구, 민주화 운동까지 시야에 두고 보면 독재적 정치 체제가 중산층의 형성을 막고, 결국 성장의 발목까지 잡는다는 것을 중국인들이 깨닫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황해 건너에서 고비를 넘길 때마다 한반도에 직격탄이 튈 것이 뻔하다. 우리는 중국 개방 이래 중국에 투자하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낙관론을 추종해 왔으나, 선진국이 곧 될 듯하다가도 개발도상국과 후진국 사이를 오가는 나라가 중남미에 다수 있다. 중국에 여전히 많은 기회가 있으나, 경제 대국으로 가는 진짜 고비는 이제야 다가올 것 같다.

금융 위기, 상품·인간의 가격 혁명, 중국 쇼크 등 3대 충격파의 진원지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국경선밖에 있다.

정부는 벼락치기 성적을 내려고 가격 통제다, 운하 건설이다 하며 이것저것 욕심 내며 가볍게 촐싹대서는 안 된다. 크게는 인류 경제의 역사, 작게는 한국 경제가 달려온 초장기(超長期) 사이클을 되돌아보면서 한민족의 생존 전략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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